뉴욕타임즈에서 찾은 평생교육아이템
뉴욕타임즈에서 찾은 평생교육아이템
  • 이동준 편집장
  • 승인 2019.03.25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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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언어 교육
출처 뉴욕타임즈 홈페이지 화면캡쳐

루시드 폴은 가수다. 정규 앨범은 8집까지 나와있다. 그런데 그가 쓴 책은 5권이고 번역한 책은 8권이다. 그래서 루시드 폴은 작가이며 번역가이다. 그가 번역한 책 중에 독특한 책이 한 권 있다. 제목은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라는 책이다. 부제는 ‘다른 나라 말로 옮길 수 없는 세상의 낱말’이다. 다른 나라 말을 배우다보면 우리나라 말로 바꿀 수 없는 말들이 ‘꼭’ 있다. 루시드 폴의 번역서는 그런 말들을 모아서 그림책으로 엮은 것이다. 예를 들어 아랍어에는 사마르 SAMAR라는 말이 있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해가 진 뒤, 잠도 잊고 밤늦도록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이다. 한국어에 한 단어로 바꿀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친구 밤샘 파티? 친구랑 밤새 놀기? 사마르라는 단어는 한국어로 3단어 이상이 필요하다. 아마 우리나라 옆에 아랍어 사용국이 있다면 사전에 사마르가 따로 등록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언어교육을 할 때 이런 의미가 통하지 않아 교육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뉴욕타임즈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육기관과 학생들을 소개하는 기사가 실렸다. 기사 제목은 ‘예술학 석사 과정에서 이중 언어 교육을 통한 글쓰기와 일상에서 목소리 찾기’ 이다. 제목만 들어보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한 교실에서 고전 명작인 ‘위대한 개츠비’를 영어와 스페인어로 같이 읽고 번역하는 과정이다. 어떻게 보면 가능한 교육일까 생각이 들지만 이들은 90%가 넘는 번역 성공률을 자랑하는 구글 영스페인어 번역기를 활용하여 공부한다.

 

미국에서 이중 언어를 사용하는 교육이 탄생한 배경에는 전체 인구 중 4천만 명이 넘는 사람이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에서는 2020년부터 이중 언어 예술학 석사 과정을 도입한다고 발표했고 아이오와 대학은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스페인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휴스턴 대학에서는 스페인어 논문에 학위를 줄 준비를 하고 있다. 일견 보면 2가지 언어를 사용하는 교실은 혼란과 충돌의 연속일 것 같다. 하지만 텍사스 대학의 이중언어 프로그램인 엘 파소의 디렉터 호세 데 피에롤라의 말은 다르다. “이중 언어 교육을 강제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충격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들에게 성장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중 언어 교육은 사실 학생들이 언어적인 능력을 키워 국제 경쟁력에 대비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요즘은 기피어가 되어가고 있는 ‘다문화 교육’의 문제이다. 진짜 다문화 교육은 태국계 한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과 함께 한국인이 태국어를 배우는 일이다. 양 문화를 가장 빨리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개 언어를 익히는 것이다. 한국인의 능수능란한 태국어 사용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태국어로 숫자를 세거나 일상에서 사용하는 회화를 몇 개 배우는 것 정도로도 태국 문화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출처 뉴욕타임즈 홈페이지 화면캡쳐

우리는 가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다문화 가정 아이가 2~3개 국어를 하는 것을 보면서 언어 천재라고 이름 붙이며 부러워한다. 이런 아이들은 가정 내에서 ‘이중 언어 교육’을 받은 것이다. 영어를 하다가 스웨덴어를 하다가 다시 한국어로 말하는 것이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여러 표현 수단을 배우는 것이다. 여러 문화를 공평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다문화 가정 아이는 자연스레 두 가지 문화의 충돌을 경험하게 된다. 이 문화 충돌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두 가지 언어를 한 번에 익히는 일이다. 엄마와 따갈로 어로 말하다가 아빠와 한국어로 말하고 이 부모의 의사 소통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이의 역할이 된다.

미국의 이중 언어 교육의 필요성은 다문화 국가인 미국의 차별문제로부터 시작되었다. 졸업생 연설에서 스페인어가 아닌 영어로 대본을 쓴 라틴계 학생은 졸업식 이후 자신의 소감을 밝혔다. “제가 제2계급 시민이 된 느낌이었어요.” 엄마가 쓰는 말이 제2계급 시민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면 다문화 가정 아이가 느끼는 열등감은 더 높아질 것이다. 이제 문화 정체성을 유지하며 서로 소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한국은 새로운 다문화 교육이 필요한 때이다.

평생교육기관에서 이중언어교육을 다문화 교육에 직접 활용해본다면 어떨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언어 교육의 기본은 읽고 쓰고 듣기이다. 우선 작은 교과서를 개발하자. 어려운 텍스트는 피하고 예를 들면 짧은 이솝 우화 한 편을 골라 태국어나 중국어, 따갈로어로 번역하고 한국어 독음을 달면 된다. 그 동안 다문화 언어 교육에 종사했던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한 시간을 꾸려갈 만한 교육 자료를 만들 수 있다. 학생들은 부모의 국적을 떠나 모으면 된다. 여러 언어로 읽는 이솝 우화를 공부할 수 있다. 이것도 어렵다면 루시드 폴이 번역한 책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의 아이템을 가져 와도 좋다. 10개 국어로 배우는 1부터 10까지. 5개 국어로 배우는 아침 인사법…

부모가 한국어 사용자라면 아이들은 이제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움으로써 친구들을 이해할 기회를 높일 수 있다. 이 교육 과정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언어 영재를 만날 수도 있다. 태국에서 태어난 엄마의 이름을 정확히 발음할 수 있는 아이가 느낄 자부심을 생각해보라.

미국 이중언어교육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위대한 개츠비를 스페인어로 표현하고 마르케즈의 소설을 영어로 번역한다. 혹 평생교육기관에 방문하는 부모들과 아이들이 2~3개 국어를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도 꿈꿔볼 일이다.

이 기사는 뉴욕타임즈 에릭 길버만이 2017년 11월 2일에 기고한 기사를 기초로 작성되었다. 원문을 보기 원하는 분은 https://goo.gl/j8QSx4 이 주소를 따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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