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있는 부하에게 일을 맡겼으면 간섭하지 않는 것이...
능력 있는 부하에게 일을 맡겼으면 간섭하지 않는 것이...
  • 이미르
  • 승인 2019.11.22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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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가 능력이 있고 군주가 간섭하지 않으면 이긴다 (將能而君不御者勝)

사람은 믿지 못하면 쓰지 말고, 일단 쓰면 믿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진정한 군주의 능력은 전투에서 직접 적과 칼을 맞대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장수가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있는 것이다. 병법의 대가 손자가 말한 필승의 전략 중 핵심을 이루는 대목이다.

글│유정서(월간 <민화> 발행인)

<삼국지>의 유비가 보여준 불간섭의 미학

흔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비극적인 것은 무능한 사람이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다. 이보다 더 비극적인 것은 높은 자리에 앉은 그 무능한 인간이 부지런하기까지 한 것이다. 그런데 이 보다도 더 비극적인 상황이 또 있다. 그 무능하고 부지런한 인간이 신념과 철학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기발한 비유인가. 무능한데도 줄을 잘 탔거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높은 자리에 앉은 것 까지는 봐 줄 수 있겠는데, 분수를 모르고 부지런하게 사고만 치고 다니면 수습할 길이 막막하다. 그나마 주변에 있는 현명한 사람들의 말이라도 새겨들으면 다행이겠는데, 아무도 못말리는 신념과 철학까지 가지고 있으면 정말로 답이 없다. 모든 이들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귀담아 듣지 않고 잘못된 정책을 신념을 가지고 밀어붙이면 결과가 어떠하겠는가. 이런 사람 이 앉아있는 자리가 높으면 높을수록 상황은 비극적이다.

실제로 인류의 역사에서 이러한 사례는 어렵지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무능한 사람은 절대로 높은 자리에 앉아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유능하지 않더라도 높은 자리에 앉아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유능한 아랫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조언에 따르는 것이다.

중국 역사에서 이런 덕목을 갖춰 큰 일을 이룬 대표적인 인물로는 <삼국지>의 주인공 중 하나인 촉蜀의 황제 유비(劉備)이다. 그는 왕족의 후예로 천하를 도탄에서 구해야 한다는 허황된 자부심 말고는 쓸만한 재주 하나 변변히 갖추지 못한 인물이었다.

의형제인 관우나 장비 같이 무예가 출중한 것도 아니고, 라이벌인 조조 같이 큰 나라를 경영할 만한 경륜과 식견을 갖춘 것도 아니고, 전투를 승리로 이끌만한 탁월한 지략을 갖춘 사람도 아니었다. 다만 하나, 그는 천하제일의 유능한 참모인 제갈공명의 충고를 귀담아 들었다. 귀담아 들은 정도가 아니고 그에게 나라를 경영하는 전권을 맡기고 일체 간섭하지 않았다.

실로 유비가 이룬 빛나는 대업은 사실상 하나부터 열까지 제갈공명이 이룬 업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지엄하고 권위있는 황제로 굳건히 자리를 지킬 수 있었고 끝내 훌륭한 영웅으로 후세에까지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믿지 못하면 쓰지 말고, 일단 썼으면 믿어라

유비의 경우에서 볼 수 있는 삶의 교훈을 그보다 일찍 간파하고 강조한 인물은 병법(兵法)의 대가로 천고에 이름을 날린 손무(孫武)였다. 병법에 관한 그의 어록집이라고 할 수 있는 손자<孫子>에서 손무는 싸워보지도 않고 승리를 미리 알 수 있는 경우, 이를테면 필승의 조건으로 다음 5가지를 꼽았다.

​“장군이 능력이 있고, 군주가 간섭하지 않으면  승리한다(將能而君不御者勝)”

첫째, 싸워야 할 때와 싸우지 말아야 할 때를 알 것.

둘째, 병력의 많고 적음에 따라 다양한 용병술을 구사할 줄 알 것.

셋째, 군주에서 일선 병사까지 마음이 하나 될 것.

넷째, 만반의 준비를 한 뒤 준비가 되지 않은 적과 싸울 것.

이어서 마지막 다섯 번째 조건으로 필승론의 화룡점정을 장식한다. 그것이 다음과 같은 명언이다.

오너는 단지 사업체의 주인일 뿐,
부하 직원보다 모든 일을 다 잘하는 능력자나 수퍼맨이 아니다.

능력 있는 부하에게 일을 맡기고 간섭하지 않는 것을 필승의 전략 중 핵심으로 본 것이다. 이런 교훈을 행동으로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앞서 말한 유비 같은 사람이다. 우리는 경영 현장에서 이 중요한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한심한 오너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오너는 단지 사업체의 주인일 뿐, 부하 직원보다 모든 일을 다 잘하는 능력자나 수퍼맨이 아니다.

디테일한 실무에 들어가면 특정한 분야에서만 오랜 세월 기량을 닦아온 부하직원보다 잘 할 수가 없을뿐더러 또 잘 해야 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못난 오너들은 무엇이든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잘 하고 있으며 그래서 모든 것을 직접 지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30년 넘게 잡지사 기자와 편집장 노릇을 해 오며 그런 답답한 오너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예컨대 비싼 연봉을 들여 좋은 편집장을 들여놓고도 사사건건 편집에 관여를 해 일할 의욕을 꺾어버려 스스로 제 값을 못하게 하거나 뛰어난 편집 디자이너를 고용해 놓고도 옆에 붙어 앉아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리는 통에 유능한 디자이너들이 전혀 근무할 수 없도록 만드는 일이 정말 많았던 것이다.

싸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라

또 하나의 흔한 격언으로 사람은 믿지 못하면 쓰지 말고, 일단 썼으면 믿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진정한 군주의 능력은 전투에서 직접적과 칼을 맞대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장수가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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