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목련 같은 그녀, 강의실은 이미 여름이었다
자목련 같은 그녀, 강의실은 이미 여름이었다
  • 임모탄 기자
  • 승인 2019.04.22 0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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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출산이 가져온 두 번의 경력 단절
엄마로 만들어 준 아이들의 보여준 엄마의 길
부모교육의 핵심은 아이들의 이해부터 시작
자목련의 꽃말은 ‘믿음’입니다

꽃 소식을 기다리던 날이었습니다. 그녀를 만난 건…

아직 공기는 쓸쓸하고 하루에 겨우 2시간만 따뜻함을 주는 하늘이지만 기대를 높이는 데는 충분했습니다. 인터뷰하기도 전에 감정이 먼저 오다니. 뭔가 있을 것 같은 날이었습니다. 마치 곧 피게 될 개나리, 벚꽃을 미리 만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현실은 아니더군요. 제가 만난 것은 봄꽃 명단에서 자주 빠지는 목련이었습니다. 그것도 흔하지 않은 자목련이었습니다. 자목련의 꽃말은 ‘믿음’입니다. 한껏 믿음을 품은 평생교육강사, 그녀의 이름은 강/민/정 입니다.

 

인터뷰 중인 강민정 평생교육강사
인터뷰 중인 강민정 평생교육강사

그녀는 ‘요원’ 출신입니다.

때는 대학교 4학년. 한국에 평생교육이라는 말이 대중화되기 전에 ‘사회교육전문요원’이라는 자격증을 땄습니다. 이미 학부 때 들었던 강의에 더해 과목 두 개를 더 듣고 요원이 되었습니다. 2000년 2월 졸업할 때는 ‘평생교육사’ 자격도 땄습니다. 이 자격증 부자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대학원에서는 성격진단테스트, 에니어그램으로 석사가 됩니다. 그리고 요원답게 기관에 들어갑니다. KACE(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가 그녀의 첫 직장입니다. 첫 직장이지만 5년 동안 내내 봄이었습니다. 부모교육을 기획하고 강사를 섭외하고 수강생을 모으고 강의 홍보도 했습니다. 그녀는 그때 강단에 서는 꿈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실 쉼도 좌절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목련도 겨울이 지나야 꽃을 피우듯이 그녀의 사회생활은 결혼과 함께 막을 내리게 됩니다. 물론 1막입니다. 그녀는 첫째를 낳고 부모교육 강사를 시작합니다. 인생 2막은 순조로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곧 막은 내려가고 3막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둘째가 태어났거든요.

 

그녀는 머리가 썩….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의 경력 단절이라니. 이즈음 되면 두려움이 더 커집니다. 그리고 아주 구체적인 고민도 갖게 됩니다. 이를테면 “육아를 하면 머리가 썩어요. 아기랑 둘이 있으면 쓰는 단어 수가 몇 개 안 되거든요. 강의 준비를 하면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머리가 썩는다는 말은 약간 비릿하게 들렸지만, 육아 때문에 스스로 도태된다고 느끼는 엄마들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엄마의 앞길을 막을 것 같던 이 두 녀석은 반대로 엄마에게 길을 보여주었습니다. 녀석들이 그녀를 엄마로 만들어 줬으니… 아이들은 그녀에게 부모교육 강사의 기본 자격을 주었습니다. 뿐만인가요. 모범생 큰 녀석은 나가서 큰 걱정 없이 일할 수 있게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작은 녀석은 평범하지만, 교육 시간에 쓸 재미있는 사례를 쏠쏠하게 제공해주었습니다. 에너지 드링크 같은 녀석인 것 같습니다. 엄마는 아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자가발전을 해서 강의 영역을 키워갑니다. 다문화 이해교육과 에니어그램 교육 프로그램을 추가로 개발합니다.

이제 그녀의 머리는 너무 많은 단어로 넘쳐납니다. 이 단어들에 싹이 텄습니다. 싱싱한 풀들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그곳에 비를 내려 준 사람들은 강의장에서 만났던 수많은 부모님들이었습니다.

 

그녀, 군대를 가다

부모교육을 하면서 다문화 교육까지 품을 넓힌 그녀는 말합니다. “부모교육의 핵심이 ‘아이들의 이해’라면 다문화 교육의 핵심은 ‘다름과 다양성’에 대한 이해입니다. 저출산, 고령화가 우리 대한민국이 직면한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임을 고려하면 다문화 이해교육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한 사회는 많은 갈등 상황이 벌어집니다. 인종차별의 문제가 더이상 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다문화 가정 아이 하나가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해 끝내는 죽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어른보다는 조금 더 직접적인 아이들에게 피부색은 ‘차이’가 아니라 ‘차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녀가 요즘 열심히 강의를 나가는 곳은 군대입니다. 아버지 강의도 있지만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벌써 자라 한국인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입대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지만 그녀가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녀는 그 차별의 경계에 서서 싸우는 사람입니다. 잘못하면 양쪽에서 포화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그 아슬아슬함을 잘 견딥니다.

 

군인 대상 아버지 캠프 강의 장면
군인 대상 아버지 캠프 강의 장면

사용하는 말과 피부색, 국적 말고 사실 그녀는 사람마다 고유의 성격이 있다고 믿습니다. 성격이 비슷한 사람들은 전 세계에 어디에도 있습니다. 다문화 이해교육을 통해 차별을 없애고 사람들과의 소통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모습을 돌아보는 기회도 갖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공부한 것이 에니어그램입니다. 그리고 걱정도 늘었습니다. 사람들의 성격을 분석하고 진단하는 일이기에 어쩌면 의사가 하는 일과도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오진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시중에는 30시간 내외 교육을 이수하면 에니어그램 강사증을 주는 교육기관도 있고, 그런 기관이 에니어그램의 저변을 확대한 측면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에니어그램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 기반한 교육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갖고 있습니다.”

 

그녀, 대리기사 되다

그녀의 별명은 운전기사 강기사입니다. “기획사에서 카피라이터를 하는 지인이 이런 저를 보고 드라이버(driver)랍니다. 사람들을 긍정적이고 선(善)한 곳으로 이끌어주는 능력이 있다나요^^ 그래서 스스로 만든 별명이 ‘강기사’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을 초보운전자라고 말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부모는 교육 전문가입니다. 자신의 교육관,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죠. 그런 분들과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슈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교육을 하다 보면, 아직도 부족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10년 강의 경력에도 자신을 햇병아리라고 부릅니다. 아직도 배운다고 합니다. 사실 강의장은 학생도 배우지만 선생님에게도 좋은 배움터가 됩니다. 작년에 도서관에서 새로운 도전을 했는데 많은 배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 아동기 부모교실 강의 장면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 아동기 부모교실 강의 장면

그 도전은 소규모(10명 내외)로 학부모와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 또는 경험을 가진 사람이 독자와 일대일로 만나 정보를 전해주는 '학부모책' 프로그램인 휴먼 라이브러리(Human Library)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독자들이 책 대신 사람 즉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듣는 프로그램입니다.

일반적인 상황을 설정하고 하는 강의와 구체적인 상황을 가진 한 명의 부모님을 만난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습니다. 짧은 질문 대답 시간이 아니라 한 시간 이상 앉아서 듣고 조언하는 일은 그 책임감 또한 더 무거웠습니다. 아마 그녀는 상담 선생님들이 항상 느끼는 고충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 경험도 머릿속에 잘 심어 놓은 것 같습니다. 이제 너른 들판으로 가서 더 많은 꽃과 풀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인이 교육을 받으면 변하냐고들 하지요. 하지만 저는 부모교육을 하면서(특강 형태의 1~2시간 내외 단시간 교육이 아닌 3~6개월 장기 프로그램) 부모님의 ‘인격’이 변화되는 것을 가끔 봅니다. 그럴 때 제가 이 일을 하는 가치를 느낍니다.”

변화하지 않는 부모님들을 보면 어떨까요? 가치를 없다고 생각할까요? 아닙니다. 그녀의 눈은, 강의장에서 만난 그녀의 눈은 열정으로 불타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강의를 하는 이유는 부모를 변화시키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녀는 모든 부모들이 변화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믿음만 있으면 10년, 20년이 지나도 그녀의 강의실은 활활 타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녀는 자목련입니다. 자목련의 꽃말은 믿음입니다. 그녀는 평/생/교/육/강/사, 강/민/정 입니다.

여러분도 자목련을 만나고 싶다면 ~~ 아래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물론 강의장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강민정 강사 이메일 주소 : sonji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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